몰래카메라 프로그램은 연출되지 않은 자연스러운 상황에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연예인의 모습을 몰래 지켜보는 재미를 주는데요. 시청자들의 관음증을 자극하며 한때 예능 프로그램에서 단골 소재로 활용된 바 있습니다. 대부분 웃고 넘기는 예능 요소로 소비됐지만 개중에는 정도를 넘어선 연출로 당하는 연예인 뿐만 아니라 보는 시청자들까지 불편하게 만든 몰래카메라가 있다는데요, 오늘은 기획한 사람 아직 욕먹고 있다는 노답 몰래카메라 TOP3를 모아봤습니다.

3위

무한도전 전진 몰래카메라


2008년 ‘빠삐놈’ 열풍과 함께 자연스럽게 <무한도전> 고정 멤버로 전진은 합류하여 감춰왔던 예능감을 제대로 발휘하였습니다. 합류한 한 해 동안 진행된 멤버들을 대상으로 한 몰래카메라 ‘지못미’ 특집에서는사상 최대의 난감한 상황에 처하며 눈시울을 붉혀야 했는데요.


당시 40명의 방송사 기자로 위장한 사람들과 무작정 멤버들의 집앞에 찾아간 무도 제작진은 멤버들이 당황할만한 질문 세례를 퍼부으며 어리둥절해하는 멤버들의 표정을 그대로 담아내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그러나 전진에게 진행한 몰래카메라는 수위 조절에 실패, 종영 후 10년 넘게 욕을 먹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 이유는 당시 막 잠에서 깬 전진에게 신화에서 강제 탈퇴 당한 이유가 무엇이냐며 매섭게 몰아 붙였기 때문이예요. 가짜 기자들은 무도에서 진짜 기자까지 섭외한 탓에 전진은 실제 상황이라 착각, 당혹감에 말을 잇지 못했고 급기야 무도 멤버들과 통화를 하면서는 울먹이기까지 했는데요. 무도 멤버들이 전진 집앞에 찾아가 해당 몰래카메라는 웃으면서 마무리됐지만, 당시 전진과 신화 멤버들의 속사정을 알고 있던 팬들은 웃을 수가 없었습니다.


2008년 신화는 원소속사 SM을 떠나 독자 활동에 돌입한 시기였는데, 이때 SM이 신화 상표권을 전진이 소속돼 있던 오픈월드라는 소속사에 팔아 넘겼고,이에 신화 멤버들은 스케줄을 이행하지 않으면 신화라는 상표를 쓰지 못하겠다는 협박을 들으며 반강제적인 활동을 이어가야 했습니다.그 중 오픈월드 소속 연예인이었던 전진은 한 달에 쉬는 날이 단 하루였을 만큼 그야말로 살인적인 스케줄을 감당해야 했고,더욱이 멤버 전원이 입대를 목전에 둔 시기라 그룹 신화로서 완전체 활동을 이어가는 것 또한 불투명한 상황이었죠.
물론, 멤버 간 사이가 워낙 좋은 것으로 유명한 그룹인 만큼 몰래카메라 내용처럼 나머지 멤버들이 전진만 따돌리고 탈퇴시키는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고 할 수 있지만, 전진이 자신의 탈퇴 소식을 듣고 신화가 상표권 분쟁에서 패해 그룹 활동이 끝난 것으로 확대 해석할 여지는 충분했기에, 몰래카메라를 당하고 멘붕온 전진의 모습을 보며 팬들은 안타까워 했죠.

게다가 전진은 그룹 활동을 하면서 모은 전 재산을 아빠가 탕진하는가 하면, 스케줄 혹사로 인한 허리 부상까지 겹치며 대내외적으로 최악의 시기에 놓였는데요. 사적인 대화를 나누는 제작진과 출연자의 사이라면 이 정도의 사정을 알고 있었을 텐데, 굳이 이런 콘셉트의 몰래카메라를 찍어야 했는지 참 잔인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2위

네온펀치



오직 가수 데뷔의 꿈만을 키우며 수년 간 아이돌 연습생 신분으로 피나는 노력 끝에 데뷔에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두 달여 만에 소속사 대표로부터 일방적인 해체 통보를 받는다면 어떨까요?
2018년 싱글 ‘문라이트’로 데뷔한 걸그룹 ‘네온펀치’가 실제 겪은 몰래카메라 구성입니다. 네온펀치는 아주 어릴 때부터 가수가 꿈이었던 연습생들로 구성돼 약 2년 간의 치열한 연습 생활 이후 어렵게 데뷔했습니다. 걸그룹 시장은 이미 쟁쟁한 그룹들이 대거 포진한 포화 상태였기에 대중들에게 이름 한 번 알리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성실함을 무기로 열심히 활동하고 있었는데요.
그러나 지난 2018년 9월, 데뷔한 지 두 달 만에 소속사 사장으로부터 해체 통보를 받았습니다. 소속사 사장이 네온펀치라는 팀에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며 돌연 해체 소식을 전하자 어린 멤버들은 너무 충격적인 나머지 실소를 터뜨리다 이내 격해진 감정을 추스리지 못한 채눈물을 터뜨리기 시작했는데요.
이후 사장과 진행된 멤버별 면담에서 멤버들은 “그룹 활동을 계속 하고 싶다”, “기다려야 한다면 기다리겠다” 등 어떻게든 활동을 이어가고 싶다는 절절함을 내비쳐 보는 이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습니다. 보다 보니 너무 자극적이고 폭력적이라는 생각마저 드는 이 몰래카메라는 알고 보니 정부부처 ‘행정안전부’에서 주관하는 이른바 ‘실패박람회’를 홍보하는 취지의 몰래카메라였다는데요.

항간에 알려진 ‘실패’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자 기획된 실패박람회를 알리기 위해 네온펀치 멤버들에게 그룹 해체라는 실패를 안기고(?) 마음을 다시 다잡자는 의미에서 구성되었다고 합니다. 물론 중소 소속사 입장에서는 이름도 없는 소속 걸그룹을 알릴 수 있는 기회라는 측면에서 몰래카메라 출연 제의를 마다하는게 어려웠겠죠.

하지만 어릴 때부터 걸그룹 데뷔만을 보고 달려온 쌩 신인 가수들에게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는 충격적인 몰래카메라 콘텐츠에 대해 시청자들은 ‘절박한 소녀들을 얄팍한 쇼의 도구로 이용하다니 너무하다’ 등의 안타까운 반응을 보였습니다. 차라리 그냥 재미를 위해 기획됐다고 하면 덜 분노했을 텐데, 사람이라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길 꿈을 사라지게 만들고 그 순간을 일회성 소재로 써먹은 행정 안전부측과 소속사를 향한 네티즌들의 비난은 한동안 끊이지않았습니다.

1위

신지

<이경규의 몰래카메라>는 1991년 MBC 일요 예능 프로그램으로 첫선을 보였습니다. 지금의 ‘몰래카메라’라는 용어도 이때 처음 만들어져 범용 단어로 자리 잡았을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는데요. 종영 이후 약 15년이 지난 2007년에는 <돌아온 몰래카메라>라는 이름으로 시즌2를 선보이기도 했는데,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예전만 못하다 생각했는지 제작진의 무리수는 범죄 행위로까지 이어졌습니다.

피해자는 신지였는데요, 제작진은 신지의 주변에 스토커로 보이는 의심스러운 남성을 심어 놓고 약 3일간 신지를 따라다니게 연출했습니다. 신지는 촬영 첫째 날 식당에서 한 열성적인 남성 팬을 만나 상품권을 선물 받았습니다. 갑자기 다가와서 상풍권을 내밀었기에 팬의 얼굴을 잊기란 쉽지 않았는데요. 이어 다음 날에는 샵 안에서 메이크업을 받는 와중에 바로 옆자리에 같은 남성이 등장, 신지는 무언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불편해하기 시작했는데요. 급기야 세 번째 날에 같은 남성이 신지가 촬영하는 예능 녹화 현장에까지 등장했습니다. 신지는 그의 얼굴을 알아보자마자 얼굴이 하얗게 질려 촬영을 중단하고 매니저를 호출하여 상황의 심각성을 전달했는데요.

공포감에 촬영을 제대로 마치지 못한 신지는 해당 남성과 인터뷰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며 단호하게 대처했습니다. 내내 불안한 표정으로 위태롭게 엔딩 장면에 임하던 신지는 몰래카메라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이경규가 등장하자마자 억울함과 안도감의 눈물을 터뜨렸습니다. 당시야 스토커를 보며 공포에 겁먹은 신지의 모습이 웃기는 장면으로 소비됐지만, 여성을 대상으로 한 흉악 범죄가 해마다 증가 중인 요즘에 방영됐다면 이경규를 포함한 제작진들이 과연 어떤 역풍을 맞았을지 궁금해지네요.

몰래카메라 프로그램은 유명 연예인이 까맣게 속아 넘어가는 모습을 보며 시청자들에게는 일종의 희열과 쾌감을 선사하는데요. 예능 아이템으로서의 순기능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정도를 넘어선 자극적인 연출과 상황 설정은 당사자들에게 큰 상처와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는 점, 제작진이라면 명심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