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병 걸린 귀족배우들 갑질 딱걸린 순간


최근 일본에서 열린 아시아 아티스트 어워즈(2022 AAA)가 누리꾼들 사이에서 뜨거운 설왕설래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한국의 미디어 ‘스타뉴스’가 주최하는 AAA는 음악, 연기 분야를 통합한 일종의 대중 연예시상식으로 올해엔 총 35팀의 가수와 18명의 배우가 행사에 참석해 자리를 빛냈는데요. 그런데, 시상식이 종료된 뒤 무대 위에서 모든 참석자들이 함께 찍은 단체 사진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불거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른바 주인공들의 자리라고 할 수 있는 맨 앞 가운데엔 배우들이 떡하니 의자에 앉아 편안하게 사진을 찍은 반면, 무대를 꾸민 가수, 아이돌들은 사이드로 밀려나 배우들 주변에 간신히 서거나 심지어 맨바닥에 앉아 사진을 찍은 모습이 공개됐기 때문인데요.

게다가 사진은 수많은 인원을 한컷에 담기 위해 광각렌즈로 촬영된 탓에 가운데에 자리잡은 배우들만 더욱 부각되고 나머지 가수들은 얼굴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소위 쩌리 취급을 당해야 했죠.


세팅된 의자가 부족해서 무대 위로 올라온 순서대로 앉은 건 아닐까요?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사진 속 모습은 이들이 사진을 찍는 순간이 담긴 영상이 공개되면서 모두를 납득시켰습니다. 누가 봐도 한참이나 뒤늦게 올라온 배우들이 마치 지정석인 양 빈 위자에 앉는 모습이 포착된 것입니다. 즉, 입장 순서와 관계 없이 주최측이 사전에 배우들의 자리를 지정한 셈이죠.

결과적으로 이날 시상식의 진행을 맡은 슈퍼주니어의 이특과 아이브 장원영을 제외하면 의자 착석이 허락된 시상식 출연자들은 배우들 뿐이었고, 추가로 전해진 목격담에 따르면 사진 촬영을 위해 바닥에 쪼그려 앉아있던 한 아이돌 멤버는 불편한 자세 때문에 일어서서 스트레칭을 했을 정도라고 합니다.


단체사진 공개와 함께 이해할 수 없는 배우-가수 간의 차별 논란이 거세지며 아이돌 팬을 중심으로 한 공분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날 시상식 객석을 가득 채운 건 아이돌 무대를 보러온 아이돌 팬들이 다수였고,

이 때문에 AAA 측은 돈은 아이돌로 벌어놓고 대우는 배우만 해주는거냐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었는데요. 그러나 국내 시상식의 역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번 아이돌 팬덤의 분개는 비단 AAA 현장에서 찍힌 단 한장의 사진만으로 촉발된 건 아닙니다.


사실 시상식에서 암암리에 이루어지는 배우와 비배우 사이의 노골적인 차별 논란은 역사가(?) 매우 깊은 문제로 여겨져 왔습니다. 한 차례 큰 논란을 자아냈던 2020 MAMA 시상식의 경우 배우 참석자들에게만 프라이빗하게 쉴 수 있는 대기 공간을 마련해주고 아이돌 출연자들은 개인 차량에 대기시키는 차등 대우로 아이돌 팬뿐만 아니라 수많은 누리꾼들의 비난을 유발하기도 했는데요.

배우는 마치 높으신 귀족으로 대우하면서 가수나 개그맨 등 배우가 아닌 연예인들은 하찮게 취급하는 대한민국 시상식의 오랜 폐습!


“너는 춤추는 가수, 나는 고상한 배우” 유명 영화제나 연기대상처럼 배우들이 주인공이 시상식에는 항상 축하무대라는 게 존재하기 마련이죠. 하지만 자신들의 수상을 축하하러 무대를 열심히 꾸며준 가수들에게 배우들이 한결같이,

마치 사전에 약속이라도 한듯 무표정, 무반응으로 일관하는 모습은 예삿일입니다. 배우들의 고고한 태도가 누리꾼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건 2009년 대종상 영화제부터였습니다.


당시 걸그룹 브라운아이드걸스는 히트곡 <아브라카다브라>를 열창하며 행사장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노력했는데요. 하지만 가요 프로그램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싸한 분위기가 계속 됐고,

이에 멤버 미료는 배우들의 반응을 이끌고자 무대 아래까지 내려가 평소보다 몇배는 더 열심히 퍼포먼스를 선보였지만 배우들은 요지부동이었습니다. 싸늘한 반응에 당황한 미료는 황급히 무대 위로 올라가다 넘어지기까지 했죠.


2010년 개최된 대종상영화제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배우들이 객석 앞부분을 가득 채운 상황에서 걸그룹 소녀시대가 등장해 축하공연을 시작했지만 배우들의 표정은 ‘뚱함’ 그 자체! 문제는 표정뿐만이 아니라 신나는 댄스곡 무대에도 불구하고 어느 하나 박수 한번 치지 않고 가만히 무대를 응시했다는 점입니다.

누가 영화제 시상식 무대에 한번만 세워달라고 부탁한 것도 아니고… 배우들의 축제에 축하 목적으로 무대를 꾸며줬으면 최소한 박수 정도는 칠 수 있는 거 아닐까요?


이날 소녀시대의 대종상 무대 반응은 소녀시대 팬들은 물론 다른 가수들의 팬덤과 실제 가요계에 종사하는 가수들의 불쾌감, 안타까움을 유발하기 충분했고 실제로 SG워너비의 멤버 이석훈과 싸이는 각각 자신의 SNS에 이같은 분위기를 힐난하는 내용의 게시글을 작성하기도 했죠.

배우들의 축하무대를 대하는 태도와 관련해여 꾸준히 문제가 제기된다면 슬슬 개선하는 노력이라도 보여야 할 텐데 영화제와 배우들의 태도는 여전했습니다.


2012년 이번에도 역시 대종상영화제가 문제였는데요. 가수 박진영이 자신의 히트곡 <너 뿐이야>를 열창하며 오프닝 공연을 선보였지만 배우들은 한결같이 집에 우환이 있는 표정으로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고,

심지어 임수정의 경우 박진영이 직접 객석 아래로 내려와 이벤트를 펼치는 와중에도 민망할 만큼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아 바로 옆에 앉아 있던 류승룡이 장난식으로 박진영을 제지하는 드립으로 반응, 가까스로 분위기를 풀 수 있었습니다.


배우들은 예능 출연이 잦은 다른 분야의 연예인들과 달리 신비주의를 고수하는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해 품격 아닌 품격을 지켜야 한다는 것 정도는 이해합니다. 그러나 눈 앞에서 열심히 무대를 선보이는 가수들을 위해 가볍게 박수만 쳐주는 게 배우로서의 품격을 저해하는 행위일까요?

누리꾼들은 가수들 역시 그 자리를 축하해주러 온 손님과 마찬가지인데 마치 보기 싫은 걸 억지로 보고 있는 듯한 배우들의 일관적인 태도에 “가수들과 우리는 급이 다르다”는 식의 무시하는 처사밖에 되지 않는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이지만 관습으로 굳어져버린 분위기는 쉽게 바뀌지 않고 있습니다.


비교적 최근이라고 할 수 있는 2019년 <백상예술대상>에서도 황당한 장면이 연출됐는데요. 백상예술대상은 배우 외에 코미디언 등 예능인들도 참석하는 시상식이기 때문에 여느 영화제보다는 좀 더 풀어진 분위기에서 진행되곤하지만 이날 대상을 수상한 유재석이 무대 위로 올라왔을 때와 영화감독 이준익이 상을 받을 때 극명하게 다른 배우들의 태도가 또 한번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유재석이 상을 받을 때는 마치 보이콧이라도하듯 박수조차 치지 않았지만 바로 다음 순서로 이준익 감독이 받을 때는 대다수의 배우들이 자에서 일어나 기립 박수를 친 것인데요.

해당 장면이 논란이 되며 누리꾼들의 비난이 빗발치자 배우측 관계자는 “예전에는 배우병이 좀 있었지만 요즘은 거의없다”고 딱 잘라 반응했으나, 수년에 걸쳐 반복되는 행태를 보니 아무래도 배우병은 여전히 뿌리깊게 존재하는 듯합니다.


배우나 가수나 활동 분야만 다를 뿐 모두 대중의 관심을 먹고 사는 직업인 건 마찬가지입니다.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직업이 노래하고 춤추는 직업보다 더 가치 있는 일도 아닌데 배우와 가수 사이에 보이지 않는 경계선은 대체 누가 만든 걸까요?

다양한 가수들이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 인정 받으며 세계적 위상을 뽐내는 현재, 부디 다음 연말 시상식에서는 불쾌감을 자아내는 차별 대우 논란 없이 참석자 모두가 웃으며 서로를 축하하고 격려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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